여기서 말하는 “이거”는 특정 상품 하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가 경계하는 것은 아래와 같은 구조입니다.
수익의 상방은 막혀 있는데, 손실의 하방은 열려 있는 상품.
대표적으로는 ELS, DLS, 일부 ELB·DLB, 목표전환형 펀드, 그리고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여러 조건부 수익 상품들이 있습니다.
물론 상품마다 구조는 다릅니다. ELS와 ELB는 다르고, 목표전환형 펀드도 완전히 같은 상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패밀리오피스 관점에서는 이 상품들을 하나의 큰 범주로 묶어서 봅니다.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과유불급을 가르치는 술잔 '계영배'를 예시로 듭니다)
작게 여러 번 벌다가, 한 번에 크게 깨질 수 있는 구조.
저는 이 구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투자의 본질은 반대여야 합니다.
하방은 최대한 막고, 상방은 열어두는 것.
좋은 투자는 내가 감수하는 위험보다 기대되는 보상이 커야 합니다. 런데 많은 조건부 수익 상품은 그 반대입니다.
받을 수 있는 수익은 정해져 있고, 잃을 수 있는 손실은 생각보다 큽니다.
이런 상품은 겉으로 보면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RARoC 관점에서 굉장히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추천도 : ★☆☆☆☆ ELS나 목표전환형 구조는 아주 제한적인 전술적 용도 외에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녀 자산, 장기 복리 자금, 가족법인 핵심 운용자금에는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Return
조건 충족 시 예금보다 높은 쿠폰 수익
상승장이 아니라 횡보장에서도 수익 가능
상품 설명이 단순해 보이고 판매가 쉬움
Risk
수익은 제한되어 있음
손실은 크게 열려 있음
한 번의 급락이 수년간의 쿠폰을 훼손할 수 있음
조기상환 실패 시 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음
상승장에서는 빨리 잘리고, 하락장에서는 손실 제한이 없음
왜 이런 상품이 좋아 보일까?
ELS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ELS는 보통 이렇게 설명됩니다.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연 6~8% 수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있습니다.” “과거 통계를 보면 조기상환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초자산이 S&P500, EuroStoxx50, KOSPI200 같은 대표 지수라서 안정적입니다.”
처음 들으면 괜찮아 보입니다.
예금보다 수익률은 높고, 주식처럼 매일매일 크게 흔들리는 것 같지도 않고, 조건만 만족하면 수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그 수익을 받는 대가로 내가 무엇을 팔고 있는가? 여기서 이익을 보는 주체는 과연 '나'인가, 판매하는 '증권사'인가?
ELS의 본질은 단순히 쿠폰을 받는 상품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시장 급락 위험을 투자자가 떠안고, 그 대가로 쿠폰을 받는 상품
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구조이지요? ELS의 디벨롭 버젼이 커버드콜이라고 말해도 무방합니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공짜로 쿠폰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자가 어떤 위험을 대신 부담하기 때문에 쿠폰이 생깁니다.
금융위원회도 홍콩H지수 ELS 사태 이후 ELS는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고, 높은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약간의 이자를 더 주지만 유의미한 확률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비대칭적 수익률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문장이 ELS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합니다.
높은 확률로 조금 벌고, 낮지 않은 확률로 크게 잃는 구조.
저는 이런 구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방은 막혀 있고, 하방은 열려 있습니다
투자의 기본은 이렇습니다.
좋은 투자는 하방을 통제하고, 상방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좋은 메자닌 투자는 조건을 잘 설계하면 하방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상방을 열어둘 수 있습니다.
좋은 비상장 투자는 실패 가능성은 있지만, 성공했을 때 상방이 매우 큽니다.
좋은 주식 투자는 단기 변동성은 있어도 기업가치가 크게 성장하면 수익도 함께 열립니다.
그런데 ELS류 상품은 반대입니다.
수익의 상방은 정해져 있습니다.
연 6% ~ 8%
아무리 시장이 좋아도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그 정도에서 멈춥니다.
반대로 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손실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투자자는 시장 상승의 대부분을 포기합니다. 그 대신 시장이 크게 무너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즉, ELS는 시장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시장이 일정 수준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조건에 베팅하는 상품입니다.
문제는 시장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ELS는 한동안 좋아 보입니다.
6개월마다 조기상환되고, 쿠폰이 들어오고, 주변에서 다들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한 번 크게 깨집니다.
그리고 그 한 번이 그동안 모은 수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습니다.
작게 모아서 한방에 깨지는 구조
이 상품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의 체감 리스크와 실제 리스크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투자자는 6개월, 1년, 2년 동안 수익을 받으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안정적이네.” “이 정도면 예금보다 낫네.” “이 구조 계속 해도 되겠네.”
하지만 실제로는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위험이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ELS의 위험은 매일 조금씩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간에는 괜찮아 보입니다.
그러다가 기초자산이 특정 구간 밑으로 내려가면, 그때부터 갑자기 상품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어제까지는 “예금보다 조금 더 주는 상품”처럼 보였는데, 오늘부터는 “원금 손실이 크게 열려 있는 파생상품”이 됩니다.
이 구조가 무서운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위험이 천천히 오지 않습니다. 위험은 어느 날 갑자기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투자자는 그때야 깨닫습니다.
“아, 내가 이자를 받은 게 아니라 위험을 팔고 있었구나.”
홍콩H지수 ELS가 보여준 것
홍콩H지수 ELS 사태는 이 구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2021년 2월 홍콩 항셍지수는 1만 2천 포인트대 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했고, 2023년에는 5,000포인트 선까지 내려갔습니다. 그 결과 은행권 홍콩H지수 ELS의 손실 확정 계좌는 17만 건, 원금 10조 4천억 원 중 손실액은 4조 6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홍콩H지수가 많이 빠졌다”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많은 투자자들이 이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은행에서 팔았고, 지수형이었고, 예금보다 조금 더 주는 상품처럼 설명되었고, 과거에는 조기상환이 잘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상방은 정해져 있었고, 하방은 열려 있었습니다.
시장이 좋을 때는 이 구조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금융당국도 홍콩H지수 ELS 사태 이후 ELS를 예·적금처럼 오인할 수 있는 판매 구조와 상품 이해 문제를 지적했고, 이후 ELS는 충분한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춘 은행 거점점포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등 판매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정도까지 제도가 바뀌었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합니다.
이 상품은 일반 소비자가 가볍게 이해하고 가입할 상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기초자산이 많으면 더 안전할까?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S&P500, EuroStoxx50, KOSPI200처럼 대표 지수 3개를 기초자산으로 쓰면 더 안전한 것 아닌가요?”
겉으로는 분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ELS에서는 항상 그렇지 않습니다.
기초자산이 여러 개일수록, 그중 하나라도 조건을 깨면 전체 상품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파생결합증권 위험요인을 설명하면서, 복수의 지수를 활용하는 상품은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기 위해 늘어났지만 어느 한 지수라도 knock-in에 진입하면 손실을 볼 수 있어 투자자 리스크가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ELS에서 기초자산이 많다는 것은 “분산”이 아니라 “조건이 늘어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운용 최전선에 있다보니, 목표전환형을 해달라는 부탁들을 많이 받고는 합니다. 해당 수익구조를 보면 상당히 기형적입니다. 증권사가 모든 수수료의 60% 이상을 가지고 갑니다.
기존 일임형이나 펀드형 상품의 경우, 실제 운용하는 운용사가 성과보수의 80%를 가지고 간다는 점을 생각해보았을 때에 증권사 입장에서 압도적인 수익성을 보유하고 있죠.
하지만 금융상품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이해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입니다.
진짜 이해는 다릅니다.
이 상품이 언제 돈을 버는지보다, 언제 돈을 잃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가 아래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가입하면 안 됩니다.
기초자산이 몇 % 하락하면 손실이 나는가? 녹인 배리어는 어디인가? 노녹인 구조라면 만기 손실 조건은 무엇인가? 조기상환이 안 되면 자금은 얼마나 묶이는가? 중도환매하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 발행사가 부실해지면 어떻게 되는가? 최대 수익은 얼마인가? 최대 손실은 얼마인가? 내가 포기한 상방은 얼마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서 “쿠폰이 몇 %인가”만 보고 들어가는 것은 투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RARoC 관점에서 왜 나쁜가?
제가 계속 RARoC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 수익률이 아닙니다.
감수한 위험 대비 얼마나 효율적인 수익을 냈는가.
이 관점에서 ELS류 상품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수익의 최대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연 6%, 연 8%,
이 이상은 못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손실은 훨씬 클 수 있습니다.
기초자산이 크게 빠지면 손실이 30%, 40%, 50% 이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셋째, 손실이 발생하는 시점에는 보통 시장 전체가 나쁩니다.
즉, 다른 투자기회가 생긴 시점에 내 돈은 손실 상태로 묶여 있습니다.
넷째, 기회비용이 큽니다.
시장이 크게 상승해도 내 수익은 쿠폰으로 제한됩니다. 반대로 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손실은 그대로 맞습니다.
다섯째, 구조가 복잡해서 투자자가 리스크를 정확히 가격 매기기 어렵습니다.
금융상품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리스크를 감수하면 안 됩니다.
이해하지 못한 위험은 보통 비싸게 사게 됩니다.
결국 이런 상품은 투자자에게 불리한 비대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수익은 작고 확정적처럼 보이지만, 내가 질 수 있는 손실은 크고 늦게 드러납니다.
“그래도 대부분 조기상환되잖아요?”에 대한 답
맞습니다.
많은 ELS는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조기상환됩니다.
실제로 2025년 ELS 상환액 대부분은 국내외 주가 상승에 따른 조기상환이었다고 금감원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서 설명되었습니다. 2025년 파생결합증권·사채 발행액은 94조 9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21조 3천억 원 늘었고, ELS 발행액도 21조 8천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조기상환된다”는 말이 투자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괜찮은 상품이 가장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손실위험이 작은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평균적인 날이 아닙니다.
나쁜 날에 얼마나 깨지는가.
투자는 좋은 날이 아니라 나쁜 날에 검증됩니다.
평소에 6%씩 벌어도, 한 번에 40%를 잃으면 구조는 실패입니다.
투자의 본질과 반대입니다
투자의 본질은 좋은 선택지를 많이 남기는 것입니다.
가격이 빠지면 더 살 수 있어야 하고, 시장이 좋아지면 충분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예상과 다르면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투자는 선택지를 남깁니다.
하지만 ELS류 상품은 선택지를 줄입니다.
수익은 정해져 있고, 중도환매는 불리하고, 조기상환은 조건부이며, 손실은 특정 구간에서 커집니다.
이런 구조는 자산가의 자본을 유연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묶습니다.
그리고 가장 나쁜 것은 투자자가 이 구조를 “안정적”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안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손실이 늦게 보이는 것입니다.
이 상품을 종합해서 저희는 아래와 같이 평가합니다
추천도 : ★☆☆☆☆ ELS나 목표전환형 구조는 아주 제한적인 전술적 용도 외에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녀 자산, 장기 복리 자금, 가족법인 핵심 운용자금에는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Return
조건 충족 시 예금보다 높은 쿠폰 수익
상승장이 아니라 횡보장에서도 수익 가능
상품 설명이 단순해 보이고 판매가 쉬움
Risk
수익은 제한되어 있음
손실은 크게 열려 있음
한 번의 급락이 수년간의 쿠폰을 훼손할 수 있음
조기상환 실패 시 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음
상승장에서는 빨리 잘리고, 하락장에서는 손실 제한이 없음
저희가 보험을 투자수단으로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보험의 수혜자가 우리가 아닌 판매사 혹은 보험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상방이 막혀있는 금융상품의 수혜자는 과연 우리인지 증권사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셨으면 더 도움이 될 듯 합니다.